무인기·드론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산·학·연 상호협력 협약 체결…
K-방산, 대·중소기업 상생모델 본격 가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무인기·드론 기업 43곳과 손을 맞잡았다.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함께 개발 중인 대형 무인기 '모하비 스톨'의 국내 생산 기반을 다지는 한편, 중소형 드론 분야에서는 대·중소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을 잇는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지난 9월 2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협약식 현장을 짚어봤다.
지난달 21일, 경남 창원특례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어둠이 내린 활주로 위로 무인기 실루엣이 떠오르는 영상이 펼쳐지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내빈들의 시선이 무대로 집중됐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무인기·드론 관련 기업 및 산·학·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무인기·드론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산·학·연 상호협력 협약식'을 열고, 총 43개 국내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과의 MOU는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됐다. 하나는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공동 개발 중인 단거리 이착륙 대형 무인기 '모하비 스톨'을 축으로 한 대형 무인기 협력 생산 MOU(16개사)였고, 다른 하나는 중소형 군용 드론 분야의 기술·생산 협력을 다진 드론 사업 협약(기업 및 대학·연구기관 28곳)이었다. 여기에 학계·유관기관 인사들까지 더해지며 이날 행사장에는 무인기 분야 16개사, 드론 분야 28개사의 대표들과 대학·연구원 관계자, 정부·지자체 내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행사 취지에 대해 "국내 기업의 우수한 기술과 제품이 대규모 양산과 글로벌 수출, 대한민국 국방 무인체계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생태계를 위해, 대·중소기업이 손을 맞잡은 이유
환영사를 대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인섭 사장은 이날 협약을 "대한민국 무인기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규정했다. 정 사장은 무인기 산업이 단순한 기체 제작을 넘어 AI·자율주행·첨단 소재부품 기술이 응축된 미래 항공의 핵심 분야이며, 무인기 기체 자체의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이제는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공급망 보안이 세계적 경쟁의 축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기업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자금력과 중소기업의 부품 기술력이 통합될 때, 비로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이 완성된다"는 게 그의 메시지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 유럽·중동 등지의 분쟁에서 확인된 전장의 변화가 자리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인기·드론으로 전차·미사일 같은 고가의 전략자산을 무력화하는 전술이 일반화되면서, 고성능 무기체계 못지않게 '합리적 비용으로 다량의 항공 전력을 신속히 확보하는 능력'이 미래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 드론·대드론 통합 TF인 박원호 대테러센터장은 축사에서 한층 더 솔직한 자기 진단을 내놨다. 그는 "경쟁국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며, 여기에는 정부 정책의 과오도 있었다"고 인정하며 "국가 대전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에 앞서, 정부 스스로가 먼저 '앵커 고객'이 되었어야 했다"고 짚었다. 미국의 팔란티어나 중국 드론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확실한 대형 수요처, 즉 앵커 고객의 존재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①통상적 속도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인식(속도) ②민·관·군의 경계를 허무는 협업 ③대량 생산을 통한 경제 규모 확보라는 세 가지 화두를 제시하며 "정부도 여러분과 함께 앵커 고객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GA-한화 공동개발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전략
'모하비 스톨'과 국내 생산 70%의 약속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GA-AS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동 개발 중인 '모하비 스톨'을 중심으로 한 대형 무인기 사업 전략 발표였다. 홍성원 상무(한화에어로스페이스 무인기사업단)는 "검증된 GA-ASI의 기술과 한화의 K-방산 제조 역량, 국내 협력사들의 안정적 공급망이 결합해 한국의 대형 무인기 개발·생산 생태계를 완성하고,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모하비 스톨은 활주로 폭 약 200m 수준의 짧고 손상된 활주로, 야전 등 제한된 환경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것이 핵심 특징이다. 최대 이륙중량 약 7,000파운드(약 3.2톤)급 기체에 2,300파운드(약 1톤)의 유용 탑재량을 갖춰, 정찰·감시부터 통신 중계, 전자전, 정밀 타격까지 다양한 임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홍 상무는 "생산 준비는 양산 직전이 아니라 개발 단계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국내 협력사와 함께 생산 공정·품질·인증 체계를 병행 구축해 양산 착수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목표는 2030년까지 국내 생산 비중 70% 이상 확대다. 한화가 모든 것을 직접 하지 않고, 복합재·기체 구조·케이블·각종 장비·최종 조립 및 시험 등 영역별로 전문성을 가진 국내 협력사에 역할을 분담해 각자 장기적 사업 기회를 확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협력사들과 특수 공정 인증과 시제기 제작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기술·품질 역량을 함께 쌓아가기로 했다.
GA-ASI 측 발표에 나선 켄 러빙(Ken Loving) 국제전략개발 본부장은 최근 분쟁에서 장기체공형 다목적 무인기(Group 4 UAS)가 유인 전력의 손실 위험과 정치적 부담 없이 고위협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모하비 스톨은 손상된 활주로나 야전, 심지어 강습상륙함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무인기와 차별화된다"며 "6개의 하드포인트에 기관총·로켓·헬파이어 미사일·소구경 정밀유도폭탄은 물론 한국산 무장 통합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스톨(STOL) 무인기 세계 시장이 2030년까지 23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GA-ASI가 자체 실시한 시장 조사 결과, 모하비 스톨의 잠재 판매량은 최대 600대 규모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양사가 이미 투입한 민간 투자액은 3억 5,000만 달러 이상이며, 최종적으로 기체의 한국산 부품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드론산업의 새로운 도약 - 드론사업단
빠르게, 많이, 똑똑하게, 함께"… 대·중소기업과 대학이 그리는 드론 생태계
초대 드론작전사령관 출신인 이보형 고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드론사업단)은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드론산업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주제로 국내 드론 사업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 전장의 흐름이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정밀한 고가의 플랫폼을 확보하는 경쟁"에서 "저가의 자산을 대량으로 운용하며 실전에서 얻은 교훈을 즉시 반영해 성능을 개선하는 빠른 혁신"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승패를 가르는 것은 보유 대수가 아니라 신속한 생산·보충 능력, 즉 '매스 프로덕션(Mass Production)'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대한민국 드론 산업이 개별 기술력에서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고 있지만, 이를 실전력으로 완성하고 대량 생산·성능 개량까지 이어가는 역량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그가 제시한 네 가지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① Fast — 완벽을 기다리기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실전 적용 속에서 지속 개선
② Mass — 필요한 만큼 충분한 수량을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
③ Smart — 원격 조종을 넘어 AI·자율 기반의 더 지능화된 무인체계로 진화
④ Together — 대기업과 중소기업, 산업계와 대학·연구기관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까지 연대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향하는 것은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생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협력사는 엔진·부품·센서 등 핵심 분야에서, 대학·연구기관은 AI·자율비행 같은 미래 기술과 인재 양성에서 각각 전문성을 높이고, 한화는 이를 연결하는 '앵커 기업'으로서 체계통합·품질관리·대량생산·글로벌 사업화를 담당하겠다"고 역할 분담 구상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산업계와 학계가 "기술도 함께, 시장도 함께, 세계도 함께" 나아가겠다고 다짐한 출발점에 가깝다. 정부가 처음으로 '앵커 고객'을 자처하고 나선 상황에서, 창원에서 시작된 43개 기업의 연대가 실제 수출 실적과 글로벌 공급망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출처 : 드론저널 (https://www.drone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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